새벽마다 손이 저려서 깬다고 하십니다. 낮에 일할 때는 괜찮은데 유독 자다가 그렇다고요. 손을 털거나 주무르면 좀 나아져서 다시 잠들지만 몇 번씩 반복된다고 하십니다.
이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왜 하필 밤인지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십니다.
먼저 결론부터
밤에 심해지는 것은 손목터널증후군에서 가장 특징적인 증상입니다.
손목 안쪽에는 손가락으로 가는 신경이 지나는 좁은 통로가 있습니다. 이 통로가 좁아지거나 안쪽 압력이 올라가면 신경이 눌립니다.
밤에 심해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자는 동안 손목이 꺾인 자세로 오래 있습니다. 손목을 굽히거나 젖힌 자세에서 통로 안 압력이 크게 올라갑니다. 낮에는 자세가 계속 바뀌지만 밤에는 몇 시간 동안 그대로입니다.
둘째, 손을 움직이지 않으면 체액이 고입니다. 낮에는 손을 쓰면서 자연히 순환이 되는데, 밤에는 그 움직임이 없어 손과 손목에 액체가 머뭅니다. 통로 안 압력이 더 올라갑니다.
셋째, 주의를 돌릴 것이 없습니다. 같은 저림도 어두운 방에 누워 있으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손을 털면 나아지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손목 자세가 바뀌면서 압력이 풀리고 순환이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이 반응 자체가 진단에 도움이 되는 단서입니다.
어느 손가락이 저린지가 핵심입니다
이것 하나로 원인이 상당히 좁혀집니다.
손목터널증후군에서는 엄지, 검지, 중지, 그리고 약지의 엄지 쪽 절반이 저립니다.
새끼손가락은 저리지 않습니다. 새끼손가락으로 가는 신경은 이 통로를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끼손가락이 함께 저리다면 손목터널증후군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한 가지만 확인하셔도 방향이 크게 갈립니다.
집에서 확인해 보세요
첫 번째, 손목 굽혀 두기
양손 손등을 서로 맞대고 손목을 90도로 굽힌 자세를 만듭니다. 그대로 1분간 유지해 보십시오. 저림이 나타나거나 심해진다면 손목 쪽 가능성이 올라갑니다.
두 번째, 손목 안쪽 두드리기
손목 안쪽 가운데, 손바닥과 만나는 주름 부근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려 보십시오. 손가락 끝으로 찌릿한 느낌이 퍼진다면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는 뜻입니다.
세 번째, 엄지 두덩 비교하기
양손 엄지 아래 볼록한 부분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십시오. 한쪽이 눈에 띄게 얇아졌다면 이미 진행된 상태일 수 있어 확인이 필요합니다.
집에서 하는 확인은 방향을 잡는 용도입니다. 결과가 애매해도 증상이 이어진다면 확인해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손 저림의 다른 원인들
| 저린 부위와 상황 | 함께 살펴볼 원인 |
|---|---|
| 엄지~중지, 밤에 심하고 털면 나아짐 | 손목터널증후군 |
| 넷째·새끼손가락, 팔꿈치를 오래 굽힐 때 | 팔꿈치에서 눌린 척골신경 |
| 손등 쪽까지 저리고 목을 움직이면 팔로 뻗침 | 목에서 눌린 신경뿌리 |
| 팔을 위로 올리고 있을 때 팔 전체 | 흉곽출구증후군 |
| 양손이 대칭으로, 발끝도 함께 | 말초신경 문제 (대사성 원인 포함) |
| 아침에 손 전체가 뻣뻣하고 부어 있음 | 별도 확인 필요 |
목과 손목이 동시에 눌린 경우도 있습니다. 신경은 하나로 이어져 있어 위쪽에서 이미 부담을 받고 있으면 아래쪽에서 조금만 눌려도 증상이 크게 나타납니다. 한쪽만 치료했는데 절반만 좋아졌다면 이 경우일 수 있습니다. (팔 저림의 원인을 가려내는 방법은 이 글에서 정리했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더 잘 생깁니다
- 임신 중이거나 출산 직후
- 갑상선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
- 당뇨가 있는 경우
- 폐경기 전후
- 손목을 반복해서 쓰는 일을 하는 경우
임신 중 생긴 손 저림은 출산 후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저리다고 다 그런 것은 아니므로 증상이 심하면 확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런 신호가 있으면 미루지 마십시오
- 엄지 아래 볼록한 부분이 눈에 띄게 얇아졌을 때
- 물건을 자주 떨어뜨릴 때
- 손가락 감각이 둔해져 뜨거운 것을 늦게 느낄 때
- 밤에만 저리던 것이 낮에도 계속될 때
- 힘 빠짐이 몇 주 사이에 심해질 때
저림은 신경이 자극받고 있다는 신호이고, 힘 빠짐과 근육이 얇아지는 것은 신경이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성격이 다릅니다.
어떻게 확인하나요
어느 손가락이 저린지, 언제 심해지는지, 감각과 근력이 어떤지를 확인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방법이 실제 진료에서도 쓰이는 것들입니다.
여기서 초음파의 역할이 분명합니다. 눌린 신경은 눌린 자리 바로 앞에서 굵어집니다. 손목 부위에서 신경의 굵기를 재고 반대쪽 손과 비교하면 눌림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신경을 따라가며 볼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손목뿐 아니라 팔꿈치와 위팔까지 신경 경로를 훑어 다른 지점에서도 눌리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곳이 함께 눌린 경우를 찾는 데 유용합니다.
신경 주변에 물혹이나 두꺼워진 조직이 있어 통로를 좁히고 있는지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신경이 얼마나 손상됐는지 기능을 수치로 확인하려면 신경전도검사가 필요합니다. 목이 원인으로 의심되면 MRI가 필요하고요. 서로 다른 것을 보는 검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손목을 많이 쓰지 않는데도 생길 수 있나요?
네, 그렇습니다. 손을 많이 쓰는 것이 유일한 원인은 아닙니다. 임신, 갑상선 기능 저하, 당뇨처럼 체액이 늘거나 신경이 예민해지는 상태에서도 생깁니다. 원인에 따라 접근이 달라지므로 앓고 계신 것이 있다면 알려 주십시오.
Q. 양손이 다 저린데 손목터널증후군일 수 있나요?
양손에 함께 생기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다만 양손이 완전히 대칭으로 저리고 발끝까지 함께 저리다면 다른 원인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Q. 저린 게 심하지 않은데 그냥 둬도 될까요?
강도보다 패턴의 변화를 보십시오. 밤에만 저리던 것이 낮에도 이어지거나, 저린 시간이 길어지거나, 물건을 놓치기 시작한다면 강도가 약하더라도 확인이 필요합니다.
밤에 손이 저려 깨는 것은 견디다 보면 익숙해지는 증상입니다. 그래서 몇 년을 그대로 지내다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신경은 오래 눌릴수록 회복에 제한이 생깁니다. 저린 손가락과 저린 시간대만 정리해 오셔도 절반은 좁혀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이며 개별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정확한 판단은 진료를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