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터널증후군이라는 말을 듣고 나면 수술 이야기가 따라옵니다. 손목을 칼로 째야 한다니 겁이 나실 만합니다.
그래서 찾아보시는데, 정보가 서로 엇갈립니다. 보호대를 차라는 곳이 있고 오래 차면 근육이 굳는다는 곳도 있습니다.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먼저 결론부터
지금 어느 단계인지에 따라 답이 다릅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한 가지 상태가 아니라 진행하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단계마다 회복할 수 있는 폭이 다릅니다.
| 단계 | 증상 | 비수술 치료의 여지 |
|---|---|---|
| 초기 | 밤에만 저림, 낮에는 정상 |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 중기 | 낮에도 저리고 물건을 가끔 놓침 | 여전히 시도할 만합니다 |
| 진행 | 엄지 아래 근육이 얇아지고 감각이 둔함 | 회복에 제한이 생깁니다 |
"근육이 마르면 수술해도 완전히 회복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말은 사실입니다. 다만 겁을 주려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점을 알려 주는 말입니다.
신경은 오래 눌릴수록 회복이 더뎌집니다. 초기라면 시간을 두고 지켜볼 여유가 있고, 근육이 얇아지기 시작했다면 그 여유가 줄어듭니다.
보호대, 결국 차라는 건가요 말라는 건가요
이 부분은 정리가 필요합니다. 서로 다른 이야기가 섞여 있습니다.
밤에 자면서 차는 것은 도움이 됩니다.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듯 저림이 밤에 심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자는 동안 손목이 꺾인 자세로 오래 있기 때문입니다. 보호대는 손목을 곧게 유지해 그 자세를 막아 줍니다. 이 용도의 근거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밤에 손이 저린 이유는 이 글에서 정리했습니다.)
하루 종일 차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오래 차면 근육이 약해진다"는 걱정은 이 경우를 말하는 것입니다. 종일 고정하면 손목 주변 근육이 덜 쓰이고 일상도 불편해집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밤에는 차고, 낮에는 부담이 큰 작업을 할 때만 쓰십시오.
고르실 때는 손목이 곧게 유지되는 형태를 선택하십시오. 안에 단단한 지지대가 들어 있어 손목이 굽지 않게 잡아 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단순히 압박만 하는 밴드는 이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그 밖에 할 수 있는 것
손목 쓰는 방식을 바꾸십시오. 손목을 굽히거나 젖힌 채 힘을 주는 동작, 진동이 있는 도구, 강하게 오래 쥐는 동작이 통로 안 압력을 높입니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쓰신다면 손목이 꺾이지 않도록 높이를 맞추십시오.
신경이 미끄러지도록 움직여 주십시오. 팔을 옆으로 펴고 손목을 천천히 젖혔다 굽히는 동작을 통증 없는 범위에서 반복합니다. 신경이 주변 조직 사이에서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돕는 것입니다. 세게 당기면 오히려 자극이 되니 부드럽게 하십시오.
주사 치료는 단기적으로 뚜렷한 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효과가 오래가지 않을 수 있고 반복 횟수에 제한이 있습니다.
저희가 하는 치료도 신경 자체를 되살리는 것은 아닙니다. 통로 안에서 신경을 누르고 있는 부종과 염증을 줄이고, 주변 조직의 긴장을 낮추는 일을 합니다. 초음파로 신경 주변을 보면서 시술하면 목표 지점에 더 정확히 접근할 수 있습니다.
3개월 정도 해 보고 판단하십시오. 그 사이에 변화의 방향이 있어야 합니다. 저린 시간이 줄거나 밤에 깨는 횟수가 줄고 있다면 이어가고, 몇 달째 그대로거나 나빠지고 있다면 다음 단계를 검토하는 것이 맞습니다.
언제 수술을 검토하나요
- 엄지 아래 근육이 얇아졌을 때
- 손가락 감각이 뚜렷하게 둔해졌을 때
- 3~6개월 보존 치료에도 변화가 없을 때
- 밤에 잠을 이룰 수 없는 상태가 이어질 때
- 신경 손상이 검사에서 뚜렷하게 확인될 때
수술은 좁아진 통로 위를 덮고 있는 인대를 잘라 공간을 넓히는 것입니다. 신경 자체를 고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신경이 이미 많이 상한 뒤에는 수술을 해도 되돌릴 수 있는 폭이 줄어듭니다.
이 점이 시기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어떻게 확인하나요
증상 패턴과 감각·근력을 확인하고, 손목 부위에서 신경이 얼마나 굵어졌는지를 초음파로 봅니다. 반대쪽 손과 비교하면 차이가 드러납니다.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초음파가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통로 안에 물혹이나 두꺼워진 힘줄막이 있어 공간을 좁히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는 접근이 달라집니다.
신경이 실제로 얼마나 손상됐는지를 수치로 확인하려면 신경전도검사가 필요합니다. 수술을 검토하는 단계라면 대개 이 검사를 함께 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신 중에 생겼는데 수술해야 하나요?
임신 중 생긴 손 저림은 출산 후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보호대와 손목 사용 조절로 지내면서 지켜봅니다. 다만 증상이 심하거나 출산 후에도 이어진다면 확인이 필요합니다.
Q. 손목을 안 쓰고 쉬면 낫나요?
쉬는 것만으로 좋아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완전히 쓰지 않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자세를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같은 양을 쓰더라도 손목이 꺾이지 않게 하는 것이 압력에 큰 차이를 만듭니다.
Q. 수술하면 재발하지 않나요?
대부분 재발하지 않습니다. 다만 수술 후에도 저림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재발이라기보다 이미 손상된 신경이 회복되는 데 한계가 있는 경우입니다. 그래서 시기가 중요합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수술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어느 단계인가의 문제입니다.
밤에만 저리는 단계라면 해 볼 수 있는 것이 많습니다. 엄지 아래가 얇아지기 시작했다면 판단을 서두르시는 편이 낫습니다. 어느 쪽인지부터 확인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이며 개별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치료 방법은 개인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진료를 통해 결정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