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I를 찍고 "디스크가 터졌다"는 말을 들으면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수술 이야기가 나오면 더 그렇습니다.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도 이것입니다. 수술 안 하고 버틸 수 있을까요.
먼저 결론부터
허리디스크는 수술 없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반드시 수술을 서둘러야 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고, 그 구분이 이 글의 핵심입니다.
수술을 받은 분들과 보존치료를 받은 분들을 오래 추적한 연구들을 보면, 수술은 초기 회복이 눈에 띄게 빠릅니다. 그런데 1~2년쯤 지나면 양쪽의 상태가 비슷해지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이 말은 두 가지를 동시에 뜻합니다. 급한 상황이라면 수술이 시간을 벌어준다는 것, 그리고 급하지 않다면 기다려볼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저절로 좋아진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빠져나온 디스크는 실제로 줄어듭니다.
디스크 안쪽 물질이 바깥으로 나오면, 우리 몸은 그것을 원래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되는 것으로 인식합니다. 그 주변으로 혈관이 새로 자라 들어오고 면역세포가 모여들어 조금씩 치워냅니다. 시간이 지나며 크기가 줄어들고, MRI를 다시 찍었을 때 눈에 띄게 작아져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여기서 뜻밖의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크게 빠져나온 디스크일수록 오히려 잘 흡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밖으로 많이 나올수록 몸이 이물질로 더 강하게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MRI 사진이 무섭게 나왔다는 것이 곧 예후가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얼마나 걸리나요
대체로 6주에서 3개월 사이에 통증이 뚜렷하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회복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대개 이런 흐름입니다.
- 다리로 뻗치는 통증이 먼저 줄어듭니다
- 남은 통증이 무릎 아래에서 위쪽으로 올라옵니다
- 저림이나 감각 둔함이 마지막까지 남습니다
저린 감각이 늦게까지 남는 것은 회복이 안 되고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신경은 원래 천천히 회복합니다. 통증 범위가 아래에서 위로 좁혀지고 있다면 방향은 맞게 가고 있는 것입니다.
반대로 저린 범위가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넓어진다면, 시간이 해결해 줄 상황인지 다시 살펴야 합니다. (다리 저림의 원인을 가려내는 방법을 함께 보시면 도움이 됩니다.)
이 신호가 있으면 기다리지 마십시오
아래는 판단을 미루면 안 되는 경우입니다.
- 양쪽 다리가 함께 저리면서 대소변 조절이 평소와 다를 때
- 사타구니와 항문 주변 감각이 둔해질 때
- 발목이나 발가락에 힘이 빠져 발이 끌리거나, 힘 빠짐이 점점 심해질 때
앞의 두 가지가 함께 나타나면 응급 상황일 수 있습니다. 이때는 얼마나 빨리 처치하느냐가 회복 정도를 좌우합니다.
세 번째, 힘이 빠지는 증상은 통증과 성격이 다릅니다. 통증은 참으면 지나가기도 하지만 근력 저하는 참는다고 좋아지지 않습니다. 발끝으로 서기나 발뒤꿈치로 걷기가 예전 같지 않다면 확인이 필요합니다.
MRI에 디스크가 보인다고 다 치료 대상은 아닙니다
허리가 전혀 아프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MRI를 찍어본 연구들이 있습니다. 결과는 꽤 놀랍습니다. 아무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서도 디스크 이상이 흔하게 발견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 비율은 더 올라갑니다.
그러니까 MRI에서 디스크가 보였다는 사실만으로는 그것이 지금 아픈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사진에 보이는 자리와 증상이 나타나는 자리가 맞아떨어지는가입니다. 왼쪽 신경이 눌린 사진인데 오른쪽 다리가 저리다면, 원인은 다른 곳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척추관협착증은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같은 허리 문제지만 성격이 다릅니다.
추간판탈출증은 빠져나온 것이 흡수되며 줄어들지만, 협착증은 신경이 지나는 통로 자체가 좁아진 상태입니다. 좁아진 공간이 저절로 넓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수술이 곧바로 답인 것도 아닙니다. 협착증은 진행 속도가 대체로 느리고, 증상 관리를 하면서 오래 지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걷는 거리가 조금씩 줄고 있는지, 아니면 몇 년째 비슷한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하나요
"수술 안 해도 된다"는 말이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회복을 기다리는 동안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통증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추는 것, 아파서 굳어버린 주변 근육을 풀어주는 것, 그리고 누워만 있지 않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절대 안정을 권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오래 누워 있으면 근육이 빠지고 회복이 오히려 늦어집니다. 통증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걷고 움직이는 편이 낫습니다.
무엇이 통증을 키우는 자세인지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앉을 때 심해지는지, 걸을 때 심해지는지에 따라 일상에서 피해야 할 자세가 달라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술을 미루면 나중에 마비가 오지 않을까요?
통증이 심하다고 해서 마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통증의 강도와 신경 손상의 정도는 비례하지 않습니다. 주의해야 할 것은 통증이 아니라 힘 빠짐과 대소변 이상입니다. 이 증상들이 없다면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Q. 보존치료는 얼마나 해보고 판단하나요?
일반적으로 6주에서 12주 정도를 봅니다. 다만 기간만 채우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 사이에 변화의 방향이 있어야 합니다. 통증 범위가 좁아지거나 강도가 줄고 있다면 이어가고, 몇 주째 전혀 변화가 없다면 원인 판단부터 다시 하는 것이 맞습니다.
Q. 한 번 터진 디스크는 계속 재발하나요?
같은 자리가 다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고, 한 번 겪은 뒤 별 탈 없이 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흡수된 부위가 그대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회복 이후의 관리가 처음 치료만큼 중요합니다.
수술을 할지 말지는 MRI 사진이 아니라 증상의 방향이 결정합니다. 좁아지고 있는지 넓어지고 있는지, 힘이 빠지고 있는지 아닌지가 판단의 기준입니다.
지금 상태가 어느 쪽인지 애매하시다면, 그 판단부터 함께 정리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이며 개별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수술 여부는 개인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므로 진료를 통해 판단해야 합니다.